재무,생활

마흔에 시작하는 은퇴 공부

학업을 마치고 남들처럼 바삐 직장생활을 하다가 나이 마흔이 되던 해였다. 지금 생각하면 젊은 나이지만 그때만 해도 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다.

거울을 보니 흰 머리가 드문드문 보였고 시력도 전처럼 맑지 못했다. 문득 지금 하는 일을 과연 ‘언제까지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이렇게 평생 일만 하다가 생을 마칠 수는 없었다. 
 



행복한 인생에 필요한 3가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은 60대에 불과했다. 물론 그 이후 수명이 점차 늘어났지만 나이 50세에 은퇴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니까 준비할 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첫째, 경제적 자립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검소한 생활을 하며 저축을 열심히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근로자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에서 내세운 재형저축의 금리가 18~20%에 육박했다.

 

둘째 은퇴 후 과연 어떤 일을 할 것인가였다.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추적하기로 했다. 그들이 걸어간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할 일이 보일 것 같았다. 여러 사람을 알아보았는데 그중의 한 사람이 19세기 폴란드 시인 치프리안 노르비트다. 

그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세 가지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먹고사는 일이다.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해서 모두 행복할 수는 없지만 먹고살기가 어렵다면 그것도 행복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 목숨을 바칠 정도로 재미있는 일이다. 여러 사람에게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보면 대개의 경우 없다고 한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은퇴 준비의 반은 한 것이다.

셋째, 의미 있는 일이다. 오래전 어느 기관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 5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설문 조사한 일이 있다. 1위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2위는 자원봉사였다.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먹고 살기에 급급해 흔히 그 일은 뒤로 미룬다. 은퇴는 바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노르비트는 위의 세 가지 중 한 가지가 부족하면 그 사람의 삶이 드라마처럼 된다고 했다. 흔히 드라마를 보면 세 가지를 겸비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먹고사는 일은 해결되었고 재미있는 일도 하지만 의미있는 일은 하지 못하는 사람, 재미도 있고 의미 있는 일도 하는데 먹고 살기가 어려운 사람.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 사람이 이런 부류가 아닐까 싶다. 

이어서 노르비트는 두 가지가 부족하면 그 사람의 삶이 비극이 된다고 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런 삶이다.

그는 먹고사는 일에만 신경을 썼을 뿐 재미있는 일이나 의미 있는 일은 관심이 없었다. 물론 그도 나중에는 개과천선해서 자신의 신념을 바꾸었다. 이처럼 노르비트는 세 가지 일이 균형을 이루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권한다. 

준비하는 인생2막

 

그때부터 나는 노르비트의 세 가지 사항에 착안해서 은퇴를 준비했다. 그리고 은퇴 후에도 세 가지 일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라든가, 생활방식, 가치관 등이 달라 은퇴 준비를 이렇게 해야 한다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다. 

 

노르비트의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서 길을 갔던 여러 사람의 사례를 보고 본인에게 맞는 건 취하고, 맞지 않는 건 버리면 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가는 것이다.

인생 2막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참 어려운 과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두려움이 누구에게나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막상 퇴직하고 보니 생각처럼 어렵지만은 않았다. 

 

뒤돌아보니 좋은 일이 더 많았다. 인생 계획을 미리 세운 사람들에게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즐거움과 보람 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노후에 돈이 얼마큼 필요하다며 직장인의 마음을 주눅 들게 하는 뉴스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돈이 많다고 나쁠 건 없지만 그게 다다익선처럼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은퇴 후에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백만기 상상우리 에디터

1952년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대한투자금융 등 금융회사에서 26년간 일하다가 50대 초반 자발적 은퇴. 그 후 분당에서 고전음악카페 운영. 분당FM방송 진행자 활동, 성남아트센터 자원봉사. 성당교우들과 밴드 결성해 정기 콘서트.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낭독봉사. 분당인생학교 교장, 현재 위례인생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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